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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학생이 직접 만드는 수업, '경험주의교육' 대학의 시대波瀾 • 破卵 2020. 2. 11. 15:05
PR콘텐츠 기획과 제작: [기획기사] 학생이 직접 만드는 수업, '경험주의교육' 대학의 시대, 김현아
학생이 직접 만드는 수업, ‘경험주의교육’ 대학의 시대
최근 10년간 경험주의교육을 실천하는 대안 대학들이 생겨나고 있다. 경험주의교육은 피교육자가 교육의 중심이 되어, 학습자의 경험을 교육의 본질로 보는 교육이론이다. 때문에 일반 대학에서는 이런 교육 방식을 적극 차용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안 대학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학교로, 일반 대학교와 달리 국가의 규제를 받지않아 자신들만의 교육 목표에 알맞은 프로그램들을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때문에 정보전달식 강의에 벽을 느끼는 많은 이들이 경험주의교육을 받고자 대안 대학으로 향하고 있다.
기행에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과 배움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타이포그라피 학교(이하 ‘파티’)는 학생들이 직접 스승을 찾아 떠난다. 해당 학교는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가 설립한 학교로, 설립해인 2013년부터 매해 ‘길 위의 멋짓’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길 위의 멋짓’은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떠나는 기행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떠나기 전 함께 여행지를 정하고, 그곳에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한 다음 현장에서 디자인의 역사와 현장을 익힌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그 기록을 책으로 디자인하고 파티에서 출간하거나 전시를 통해 발산하는 작업들을 진행한다. 이것은 단순한 MT나 수학여행, 답사 같은 것이 아니다. 파티는 이 기행을 ‘여행 수업’이라고 부르며, 한 학기에 한 번 정식 수업으로 배정한다. 지난 7년간 파티는 지리산, 순천, 경주, 거제도, 런던, 대만, 중국, 스위스, 독일, 도쿄 등 곳곳으로 기행을 다녀왔다. 기행지에는 특별한 교육자가 그들을 기다리고있지 않다. 말 그대로 스승을 찾으러 떠나는 기행이다. 돌 하나, 풀 한포기도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온몸으로 디자인을 체험하고 배우는 것에 의의를 둔다. 이 학교는 손과 몸을 중시하는 실기 학교로서 ‘길동무로서의 스승’이 되어줄 것을 목표로 하기에, 학생들이 온몸으로 디자인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 파주타이포그라피 길 위의 멋짓, 2017 대만 기행 현장 사진
“동기들과 함께 기행을 다녀오면 늘 역할을 분배해서 팀별로 기행에 대한 전시, 출판, 포스터 작업을 해요. 그럴 때면 다들 열성을 갖고 열띤 토론을 나누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더 적극적이게 되더라고요. 각자가 기행에서 느낀 바도 다르니 다양한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다보면 깨닫는 바가 많아요. 새로운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환경들은 언제나 반갑고 아늑한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 얻는 배움들은 모든 것들을 수용하게 만들어요. 지난 기행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소중한 연이 된 경우도 있어요. 여전히 가끔 안부를 주고 받기도 하죠.” 파티에 재학 중인 A씨는 ‘길 위의 멋짓’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배움과 소중한 인연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 왼쪽부터 파주타이포그라피 길 위의 멋짓, 2015 일본 기행· 2014 경주 기행 포스터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의 패러다임
서울의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또다른 대안 학교로서, 공동체적 성찰의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 이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교육자와 학생이 함께 여행하고, 단련하고, 토론하며 학생의 주도성을 장려한다. ‘학생이 주도하는 학습’을 통해 일반대학과 다른 새롭고 창의적인 이론이 나올 수 있는 가임적 학문 풍토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교육 과정 가운데는 도제 방식을 통한 멘토링 수업과 지역사회, 부문, 공동체 등 현장에서의 각 역과 관계를 파악하는 그룹 학습이 포함되며, 이 외에도 학생들은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장 학습은 학생 스스로가 활동을 기획하므로서 사회성, 공공성을 기르고 지역 정체성 공동체성을 북돋우며 환경 생태적 감수성이 풍부해지도록 돕는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에서는 모든 교육 과정에서 토론을 특히 중시한다. 학생들이 직접 토론을 거쳐 학습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부터 토론공동체를 형성해 그간의 강의를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까지,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육은 학생들의 손을 통해 완성된다. '토론공동체'는 대학생의 사회적 인식을 기반으로 실천적 미래를 함께 찾고자하는 활동으로, 지구촌적 마을 의식뿐만 아니라 사회적 토론이 어떻게 책임세력을 조성해내는지 배우며 실천한다. 매해 학생들은 덕적도(밧지름)와 굴업도, 지리산 왕시 루봉, 나배월든 등 자연 속으로 들어가 토론공동체에서의 배움을 얻는다.
▲ 풀뿌리사회지기학교 2018 토론공동체 훈련 현장 (화성시 신안마을)
대안 학교에서 경험주의교육을 근본으로 하는 수업 방식은 보통의 대학에서 시행하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으로서 특별한 배움의 계기를 제공한다. 한정된 학습 공간과 경직된 학습 방법에서 벗어나 체험의 장을 넓히고 폭 넓은 학습 기회를 제공하여 활달한 기상과 풍부한 정서, 건강한 신체, 창의적인 지성을 계발하기위한 이들의 학습 방법은 색다른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해준다. 이색적인 대학 교육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교육의 디지털화가 논의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새롭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학교에서도 학생의 개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학습체제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길 위의 멋짓’ 프로젝트나,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토론공동체’ 활동처럼, 다양한 현장체험활동을 통해 학생 스스로 자신이 놓여진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에 도전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적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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