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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0회 스웨덴 영화제] Underdog (SVENSKJÄVEL), Ronnie Sandahl
    波瀾 • 破卵 2021. 9. 15. 19:54

    제 10회 스웨덴 영화제
    2021.9.9-9.15 아트하우스 모모
    Underdog (SVENSKJÄVEL), Ronnie Sandahl

    '경쟁에서 열세인 사람, 패배가 예상되는 사람' 또는 '상대적 약자'를 의미하는 '언더독(underdog)'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주인공 '디노'를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집에서 나와 가족과 절연하고 셰어하우스에 살며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는 상처투성이의 디노는 엄청난 사연이 있는 듯 보인다. (Ronnie Sandahl 감독의 전작을 본 경험은 없지만 굉장히 섬세한 연출에서 느껴지는 그 배려심 덕인가 싶게, 끝내 그 내막이 자세히 등장하지는 않는다.)

    생활고가 일상인 디노는 직업소개소를 전전하다 스테펜이라는 남성을 만나게 되고, 그의 집에서 하우스키퍼 일을 시작하게 되며 스테펜과 모종의 관계가 싹튼다. '윙맨(wingman)'이 되어달라는 핑계로 홈 파티 자리에 디노를 초대하며 시작된 그들의 사적인 관계는 꽤 흥미롭다. 윙맨은 한국어로 '바람잡이'와 유사한 의미이나, 스테펜은 그 뜻을 모르는 듯 보인다. 어물쩍, 말도 안 되는 부탁에 응해주는 디노는 완벽한 '을'이고, '언더독'이다. 디노에게 있어 스테펜과 그가 제공하는 공간은 현실을 잊게 하는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어둡고 시끄러운 자신의 주거지로부터 자신을 안락하게 포용해 주는 그 감각은, 의식적인 계산 없이도 디노를 '언더독'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스테펜이 그에게 나눌 수 있는 것들은 턱없이 얄팍했고, 무너지는 디노를 다잡는 이다의 손길은 그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어둡고 무거운 것들로부터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테펜의 맏딸 이다의 디노를 향한 감정이 어떤 종류이건 간에, 둘의 관계성은 명백히 서로를 구해내는 힘을 발휘한다. 특별한 재능은 있는지, 이제 무슨 일을 할 생각인지, 부모님은 뭐 하시는지, 오늘 몇 시간 일했는지 따위밖에 물을 것 없는 스테펜은 '돈 줬다고 디노를 가진 건 아니'라는 이다의 발언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디노는 깁스를 풀고, 이다는 수영을 한다.
    디노는 오슬로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날을 시작할 것이고,
    이다는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내며 내일을 보낼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도약을 꿈꾸는 둘의 다음이 기대된다.


    <Under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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