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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학문>, 비교의 동정
    波瀾 • 破卵 2019. 5. 11. 14:53

     

     

    논리와 사고 프로토콜:  <즐거운 학문>, 비교의 동정

     

     니체는 안심을 목적으로 한 동정을 비판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한 동정이 진정성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남의 어려운 처지를 보고 진심으로 내 마음이 동했을 때 발현하는 동정이 진짜 도덕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주장을 들었을 때에, '안정, 안락을 느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동정을 의도적으로 하는 이가 얼마나 있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그런 말들을 접한 경험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서 자기네 삶을 만족하는 이들이 바로 그런 값싼 동정자가 아니겠나. 나는 주변에서 직접 듣는 경험 외에도, 인터넷 유저들의 기록을 통해서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접한 경험이 많다. 종교적 박해의 난민, 기아 난민, 전쟁 난민, 장애인 등,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자신의 것이 그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그를 감사히 여기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봐왔다. 이들은 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되려 그것을 자기 위로에 쓰려 드는 걸까?

     

     박민규 작가의 소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의 주인공인 ''는 인간사의 모든 것을 산수로 환산하기를 일삼는다. 가정의 재정난과 병든 가족들을 감당하고자 하여, 어린 나이 궂은일에 나서며부터 시작된 그의 습관인 것이다. '되고 말고를 떠나 허벅지를 만지면 시간당 만원은 줘야 되는 게 아닌가. 만지는 게 나쁜 게 아니다. 그러고 고작, 천원을 주는 게 나쁜 짓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계산적이고 감정적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배경에는 어떤 것으로부터 핍박받은 삶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리고 지낸 날이 많은 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것은 비단 물질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타인의 불행을 통해 자신의 삶에 안정감을 느끼는 자들의 심리적 알고리즘은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비교를 통해, 타인의 조건보다 내 조건이 더 우월하다 인지하면 값싼 동정을 시전하고, 내 조건이 타인의 조건보다 떨어진다고 생각이 들면 자신의 삶 자체가 열등한 것처럼 느끼는 속성이 있다. 때문에 그들은 계속해서 비교적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존재를 찾아 부도덕한 동정으로 하여금 자위하려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상대와 나를 계속해서 비교하는 이유는 내가 더 나은 존재이고 싶은 자아실현 욕구의 인간적 본능을 해소하기 위함과 동시에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비교는 본능이 어긋난 방향으로 발산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비교의 동정을 지양하고, 진정성 있는 동정만이 진짜 도덕이라는 니체의 관점에 따라 나답게 사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기준으로 발전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삶을 지향할 때에 비로소 안심을 목적으로 한 동정이 아닌 즐거움을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동정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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